[윤석원의 농사일기 103] 스마트 농업보다, 스마트 농민부터 - 한국농정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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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장마는 7월 한달을 지나 8월 현재까지도 지리하게 지속되고 있다. 기온도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운 여름 날씨다. 이렇게 길고 습한 날씨가 오래 지속되면 초보 과수 농부는 안절부절이다. 습하고 비가 계속 내리니 제때 방제하기가 쉽지 않다. 풀도 많이 자라고 해충도 늘어난다. 선녀벌레가 발생한 지는 한달도 넘은 것 같고 갈색날개매미충도 이미 눈에 많이 띤다. 습하다 보니 균 발생율도 높은 것 같다. 무엇보다 금년에 심은 시나노골드의 잎이 노래지는 등 상태가 좋지 않다.

초보 농부뿐만 아니라 베테랑 농부들도 어렵고 힘들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초보 농부는 기술 및 노하우가 부족한데다 기후·환경요인이 엎친데 덮친 것 같고, 베테랑 농부는 기술이나 노하우의 부족 보다는 기후·환경요인이 더 큰 애로사항인 것 같다. 올봄에는 사과·배가 냉해를 입어 절반의 농가가 금년 농사를 일찍이 망쳤고, 수확기에 접어든 복숭아·배는 다시 한번 절반 가까이 낙과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현장의 농민들은 각자 주어진 다양한 여건하에서 고민이 많다. 그 주어진 다양한 여건이라는 것이 250만 농민 한 사람 한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규모가 다르고, 작목이 다르고, 생산방식이 다르고, 판로가 다르고, 소득 구성이 다르고, 지역이 다르고, 토양 여건이 다르고, 나이가 다르고, 이웃 구성원이 다르고, 기술수준도 다르다. 뿐만 아니라 성품이나 삶의 방식, 나아가서는 가치관이나 세계관도 다르다.

이와 같이 여건이 천차만별인 농민을 상대로 획일적이고 평균적인 농정이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국가적 과제를 목표로 하는 농정도 물론 필요하다. 예컨데 식량의 안정적 확보라든지, 농업의 지속가능성, 유통구조의 혁신, 농촌지역 공동체의 유지·발전, 청년 등 후계인력의 확보 등 일 것이다. 이를 위해 농정기조나 농정철학을 전환해야 하는 것 등도 중요한 국가적 과제임에 틀림 없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한 농정과제는 현단계에서 현장에서 그나마 농사지으며 살아 내고 있는 개별 농민들과 그들이 살고 있는 지역공동체를 어떻게 살려 내고 유지할 수 있을지를 최우선적으로 강구하는 것이다. 국가적 과제만을 앞세우면서, 정작 다양한 현장 농민들과 농촌지역의 고민과 당면한 다양한 과제를 도외시해서는 국가적 과제의 달성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요즘 6차 산업시대니, 코로나 이후 비대면 시대니 하면서, 우리의 농업 생산부문이나 유통·가공·판매 분야에 첨단 스마트 기술 즉, AI(인공지능), ICT(정보·통신 기술), IoT(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정밀농업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경쟁력을 높여야 살아 남을 거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첨단 스마트 기술을 250만 농민 각각에 맞는 다양하고 치밀하고 정교한 대안을 제시하는데 최우선적으로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농민 한 사람 한 사람에 꼭 맞는 지원사업이 무엇인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등을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하는데 첨단기술을 활용하라는 것이다.

예컨데 강선리에서 5년째 사과농사 짓는 윤농부에게 지원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을 제시하며, 현재 토양상태가 어떠하니 어떻게 시비할 것이며, 방제는 언제 무엇을 해야 하며, 수확은 언제하고, 판매는 어디로 하라는 등 똑똑한 AI나 ICT·IoT·정밀농업 기술, 빅데이터 등을 이용한 프로그램이나 앱 등을 개발하라는 의미이다. 스마트 농업이 먼저가 아니라, 스마트 농민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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