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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띠 강소휘, 신축년에 우승 찍고 도쿄까지 '깡스파이크' - 한겨레

찐한 인터뷰 Ι GS칼텍스 강소휘

프로 6년차 팀 대표 공격수 ‘우뚝’
코보컵선 흥국생명 꺾고 MVP에
“상금요? 동료들에게 통 크게 쐈죠”
“유서연이 ‘황소’ 붙여줘…마침 소띠”

이소영과 ‘소소자매’ 시너지 폭발 등
소심한 성격, 대범한 플레이로 극복
올림픽서 메달·유럽 진출까지 꿈꿔

22일 경기 가평에 있는 GS칼텍스 훈련원에서 강소휘가 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국 기자
22일 경기 가평에 있는 GS칼텍스 훈련원에서 강소휘가 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국 기자
경북 경산에서 수원으로 전학 온 10살 소녀는 에버랜드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를 조를 수 없었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다는 걸 알았다. 다녀온 친구들의 얘기를 듣고 부러워할 뿐. 어느 날, 교무실에 갔는데 학교 배구팀 감독이 찾아왔다. 감독은 또래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큰 소녀에게 “너 배구 해볼래?”라고 물었다. “뭐가 좋은데요?” “에버랜드도 자주 갈 수 있고, 급식비도 안 내도 돼. 간식도 많이 줘.” 감독의 거절할 수 없는 제안에 소녀는 배구부 입단을 덜컥 결정했다. 프로배구 지에스(GS)칼텍스의 프랜차이즈 스타 강소휘(23)가 배구를 시작하게 된 이야기다. 그는 여자배구가 도쿄올림픽 본선에 진출하는 데 공을 세운 국가대표이자 브이(V)리그 대표 공격수다. 2015년 전체 1순위로 지에스에 입단해 신인상을 거머쥔 뒤, 2019~2020시즌 1라운드 최우수선수(MVP) 및 베스트 7에 선정되는 등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 9월 코보컵 대회에선 흥국생명을 꺾고 대회 엠브이피로 뽑히며 한껏 주목을 받았다. 한때 김연경의 뒤를 이을 유망주로 평가받았으나, 이제는 유망주 꼬리표를 떼고 ‘배구 스타’가 된 강소휘. 그를 22일 경기 가평 지에스 훈련원에서 만났다. ■ “흥국생명 꺾었을 때요?” 지난 5일 지에스는 풀세트 접전 끝에 흥국생명의 연승 행진을 멈춰 세우며 흥국의 유일한 대항마로 떠올랐다. 강소휘의 활약이 컸다. 강소휘는 승부처인 5세트에서만 6점을 올리며 대역전극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때 승리로 지에스는 컵대회를 포함, 올해 흥국생명을 두 번 꺾은 유일한 팀이 됐다. 기분이 어땠을까. “흥국생명을 이겨주었으면 하는 팬들의 기대를 알고 있어요. 그런 기대에 부응하는 승리였으니 기분이 좋았죠. 하지만 경기에서 항상 이길 수는 없어요. 누군가 이기면 누군가 지고, 그게 스포츠잖아요. 그래서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강소휘는 흥국생명의 쌍둥이 스타 이재영과 친하다. 대표팀에서 함께 뛰면서 가까워졌다. 최근 자신의 에스엔에스(SNS)에 이재영과 함께 포장마차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며 “코로나 없어지면 포장마차 가는 거다”라고 썼을 정도. 경기 뒤 위로의 문자라도 보냈을까. “시즌 때나 경기 뒤에는 연락 잘 안 해요. 평소에 일상적인 안부를 물어보는 정도죠. 오히려 경기 뒤에 위로 문자를 보내면 약 올린다고 오해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조심스럽죠.” 경기장 밖에선 아무리 친해도, 코트 안에서의 냉정함은 프로 6년 차 다웠다.
22일 경기 가평에 위치한 GS칼텍스 훈련원에서 강소휘가 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국 기자
22일 경기 가평에 위치한 GS칼텍스 훈련원에서 강소휘가 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국 기자
‘소소자매’효과 살아나 차상현 감독은 ‘오빠 리더십’으로 유명하지만, 훈련 중 선수들이 집중을 못 하거나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불호령을 내린다. 최근 강소휘도 호되게 야단을 맞은 적이 있다. 감독의 질타는 그만큼 강소휘의 팀 내 비중이 크다는 의미다. “‘나쁜 볼이든 좋은 볼이든 무식하게 쳐라’라고 자주 말씀하세요. 무식하다는 게 나쁜 의미가 아니라 대범하게 하라는 의미죠.” 이런 주문 덕분일까. 시즌 초반 허벅지 부상으로 컨디션 난조를 보였던 강소휘의 최근 경기력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 16일 인삼공사전에서 18점, 19일 현대건설전에선 20점을 몰아넣었다. ‘캡틴’ 이소영과의 시너지인 이른바 ‘소소 자매’ 효과도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소영 언니하고 제가 같이 살아난 날에는 (우리 팀을) 이길 팀이 거의 없을 거예요”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경기 외적으로, 팀 소통의 중추인 ‘허리’ 역할도 주어졌다. “언니들도 잘 따라야 하고, 동생들도 이끌어야 하는 나이가 됐어요. 경기에서 져서 분위기가 안 좋으면 선수들 끌고 훈련장 근처 설악면에 가서 치킨을 사 먹기도 해요.” 강소휘는 최근 코보컵 엠브이피 상금(300만원)으로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들에게 ‘별다방’ 기프트 카드를 쐈다. 상금의 절반이 넘는 180만원을 썼다. “제가 손이 좀 커요. 근데 배보다 배꼽이 더 크네요, 하하.”
지난 5일 인천계약체육관에서 열린 브이리그 흥국생명 전에서 공격에 성공한 강소휘가 포효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지난 5일 인천계약체육관에서 열린 브이리그 흥국생명 전에서 공격에 성공한 강소휘가 포효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의외로 소심한 성격…“멘탈 관리해” 파워풀한 서브와 스파이크로 코트를 휘젓는 강소휘를 보면 외향적 성격으로 보이지만, 뜻밖에도 “소심한 성격이 단점”이란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해요. 낯도 심하게 가리고요. 외국인 선수 러츠와 잘 맞는데 러츠도 혼자 있는 걸 좋아하거든요.” 코트에서 항상 웃고 활기찬 모습만 보이지만, 숨겨진 이면에는 이러한 섬세한 성격이 숨어 있다. “어릴 때부터 이기고 싶다는 승부욕이 강했다”는 강소휘는 경기에 지거나 슬럼프가 오면 자신감이 사라지고 더 기분이 가라앉는 현상을 겪었다. 지나친 승부욕 때문이었다. 결국 그가 선택한 것은 심리 상담. 스포츠 심리학 박사를 개인적으로 초빙해 1주일에 한번 상담을 받는다. 멘탈 관리까지 받으면서 더 성장하고 싶은 이유는 언젠가 외국의 선진 배구를 경험해보고 싶어서다. “기회가 되면 독일, 이탈리아 등 배구 선진국에서 뛰어 보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더 좋은 선수가 돼야 하는 거죠.” 그의 두 눈이 반짝였다. ■ “대표팀으로 올림픽 나가고파” 당장은 팀 우승이 목표인 강소휘에겐 ‘올림픽 메달’이란 숙원이 남아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올림픽은 체급이 다르다. 진정한 ‘월드 클래스’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국가대표라는 자부심이 있어요. 꼭 최종 멤버에 뽑혀서 올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따고 싶어요. 라바리니 감독님도 제 서브는 인정하셨거든요. 그런데 12명만 뽑히니깐 치열하겠죠?” 강소휘는 올 1월 타이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아시아예선 이란전서 서브 득점을 9개나 기록하면서 라바리니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뭐든지 다 잘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모두요.” 포부를 드러낸 강소휘는 “최근 팀 동료 유서연이 ‘황소’라는 별명을 붙여줬는데 마음에 들어요. 제가 소띠거든요”라며 크게 웃었다. 마침 2021년은 신축년, 소의 해다. 소의 해, 소띠 강소휘가 올림픽 무대를 호령하는 모습이 단지 상상으로 그칠 것 같지 않다. 가평/글·사진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강소휘. GS칼텍스 제공
강소휘. GS칼텍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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