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영화감독이 11일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자 12일 언론은 이를 지면에 다뤘다. 신문들은 그의 죽음과 함께 수상 내역, 생애 등을 전하고 2017년 여성 배우가 제기한 성폭력 고소 사건과 폭행 혐의 등을 전했다. 신문들이 그의 영화들을 평가하면서 '소외되고 도태된 자들의 원초적인 삶을 자극적 영상 미학으로 선보였다'는 평과 '여성비하적'이라는 평으로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김 감독은 라트비아(발트 3국 중 하나)에서 코로나19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라트비아 언론 ‘델피’는 현지 거주 중인 러시아 감독과 김 감독의 통역사에게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델피’에 따르면 김 감독은 지난 11월20일 라트비아에서 주택을 구입하고 체류해왔다.
김기덕 감독은 칸, 베를린, 베네치아 등 세계 3대 영화제에서 본상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2017년 ‘뫼비우스’ 촬영 당시(2013년) 여성 배우에게 사전에 약속되지 않은 성적인 장면을 촬영하게 하고 뺨을 때렸다는 혐의로 고소당했다. 김 감독은 이후 뺨을 때린 혐의에 대해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2018년 3월 MBC ‘PD수첩’이 김 감독의 성추행 의혹 등을 담은 ‘영화 김기덕, 거장의 민낯’ 편을 방영하자 김 감독이 명예훼손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했다. 이후 김 감독은 패소하고 항소했다.
언론은 그의 사망 소식과 함께 영화 ‘사마리아’(베를린 국제영화제 은곰상), ‘빈집’(베네치아 영화제 은사자사), ‘피에타’(베네치아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의 수상 이력을 열거하고 그의 생애를 다뤘다. 성추행 의혹 등은 대부분 기사의 마지막 한 단락 정도로 다뤄졌다.
12일 조선일보는 1면과 12면에 김기덕 감독 사망 소식을 “영화계 이단아, 해외서 재기 꿈꾸다가”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1면과 2면에 해당 소식을 전했다.
경향신문은 2면에 김기덕 감독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영화 ‘피에타’로 베니스 황금사자상 수상한 ‘작가주의 감독”이라고 보도했다. 성추행 의혹 등은 여타 신문과 비슷하게 한 단락 정도로 정리했다.
흥미로운 지점은 각 신문이 김 감독의 영화에 대해 상반된 평가를 한 지점이다.
중앙일보의 주말판인 중앙선데이는 20면에 “세계 3대 영화제 석권한 김기덕 감독, 코로나에 스러지다”라고 제목을 뽑고 “‘미투’ 불거지며 한순간 나락”이라고 부제목을 적었다.
중앙선데이는 김 감독의 2002년 ‘나쁜 남자’에 대해 “소외되고 도태된 자들의 원초적인 삶을 자극적인 영상미학으로 선보인 게 그의 장기”라고 썼다. 그러면서 “하지만 특유의 폭력적인 작품세계 이면에서 영화 제작 현장 자체가 폭력적이라는 구설이 끊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일보는 인물면인 21면에서 “한국 영화계의 이단아, 하늘 극장으로 떠나다”라는 제목의 기사로 김 감독의 죽음을 다뤘다. 이 기사는 ‘나쁜 남자’와 ‘파란 대문’에 대해 “직설적인 폭력 묘사, 여성 비하적인 장면과 대사 등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며 “‘나쁜 남자’는 한 불량배가 짝사랑하는 여성을 성매매하게 만드는 내용으로 논란이 됐던 영화”라고 썼다.
한겨레는 8면에 “김기덕 감독, 라트비아서 코로나로 사망”이라고 건조하게 제목을 뽑고 사망 소식과 함께 수상내역, 생애를 전하고 그의 영화에서 “그는 주로 성매매와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과 그를 억압하는 남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만들었다. 이 때문에 편협하고 반여성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여배우 폭행과 미투 가해자로 논란과 비난의 중심에 섰다”며 성추행 의혹을 덧붙였다.
영화 전문지 씨네21은 11일 온라인 기사에서 김 감독의 죽음을 전하면서 “2017년, 김기덕 감독은 영화 촬영장에서 배우를 상대로 행했던 성폭력 행위가 미투 폭로로 드러나 법정 공방을 벌였다”며 “당시 영화계는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김 감독에 의한 피해 사실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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