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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는 100년짜리 農政 내는데…한국은 방향조차 없어 - 매일경제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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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농식품 수출액이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이다. 그러면 두번째로 많은 나라는? 바로 네덜란드. 네덜란드가 세계적인 농업 강국으로 불리는 이유다.

국토 면적이 우리나라의 절반도 안되는 나라가 어떻게 농식품을 그렇게 많이 수출할 수 있을까. 물론 농지 면적만 따지면 네덜란드(182만ha)가 우리나라(160만ha)보다 더 넓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안된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기본적으로 농가당 경지면적이 우리나라의 20배를 넘는다. 가족농이면서도 규모화가 달성돼 있어 경쟁력이 강하다. 세계 1위 농업대학과 연구기관도 네덜란드에 있다. 농업관련 기술이 세계적이라는 얘기다. 농업의 전후방 산업도 골고루 발달해 있다. 무엇보다 농업 분야에서도 기업가 정신을 중시하는 대표적인 나라다.


그래서 우리나라 농업인들에게 최고의 벤치마킹 대상이 바로 네덜란드 농업이다. 농업 좀 한다는 사람 치고 네덜란드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이 없는 이유다. 농식품부 공무원, 산하기관 종사자, 농업인, 농업계 지도자, 교수, 연구원 등이 전부 해당된다.

이들이 네덜란드 농업 견학을 갈 때 꼭 거치는 사람이 있다. 강호진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 농무관(46)이다. 그는 우리의 농림축산식품부에 해당하는 네덜란드 농업자연식품품질부 소속 공무원이다.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를 졸업한 그는 국내 한 대기업의 식품연구소에서 일하다가 12년 전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우리나라에서 네덜란드 농업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다.

강호진 주한 네덜란드대사관 농무관이 네덜란드 농업 경쟁력의 비결과 새롭게 제시한 순환농업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혁훈 기자]
사진설명강호진 주한 네덜란드대사관 농무관이 네덜란드 농업 경쟁력의 비결과 새롭게 제시한 순환농업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혁훈 기자]
네덜란드는 어떻게 세계적인 농업강국이 됐을까. 그는 정부 정책이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했다. "네덜란드 농업정책은 한 번 결정하면 100년간 지속됩니다. 1800년대에는 자유무역 원칙에 따른 중개무역으로 농업을 키웠고, 1900년대에는 경지 정리 프로젝트를 통해 농가당 경지면적을 대폭 확대하고, 정부·민간·연구기관 3자간 협력을 통해 농업 기술을 높이는 데 주력했습니다. 지금 네덜란드 농업의 성과는 바로 이런 정책의 결과입니다."

네덜란드도 수시로 정권 교체가 이뤄져 왔지만 한번 결정된 정책은 정권이 바뀌어도 수정되지 않는다고 한다. 강 농무관은 "정책이 완전히 결정되기 전까지는 정파간 혹은 정부 내부에서 치열한 토론과 심각한 갈등이 있지만 일단 결정이 되고 나면 정책의 큰 줄기엔 손을 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던 네덜란드가 작년에 새로운 `백년대계(百年大計)` 농업 정책을 내놨다고 한다. 2000년대 들어 지속적으로 논의를 해오다가 공식화한 내용이다. 바로 순환농업이다. 순환농업은 다른 말로 하면 지속가능한 농업을 말한다.

강 농무관은 "순환농업은 쉽게 말해 농업 부산물을 다시 농업 생산에 투입해 물질이 순환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외부로부터의 투입을 최소화하는 농업을 말한다"고 했다. "지금처럼 비료와 농약,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농업으로는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반성에서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업에서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건 곧 네덜란드의 국가 경쟁력이 하락하는 것과 같은 의미로 이들은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순환농업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질 수 있다. 강 농무관은 "작물 재배업의 경우는 인공비료 대신에 퇴비를 사용하고 농약을 줄이면서 동시에 정밀농업을 통해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축산에서 사료 생산성을 높이거나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것도 순환농업이며, 비닐하우스에서 지열이나 폐열을 이용하는 것도 순환농업"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웨스트랜드 지역에 있는 대형 유리온실 단지와 주택의 모습이다. 이 곳에서는 각종 야채와 과일, 화훼가 일년내내 생산돼 대부분 해외로 수출된다. [사진 제공 = 루카 로카텔리]
사진설명네덜란드 웨스트랜드 지역에 있는 대형 유리온실 단지와 주택의 모습이다. 이 곳에서는 각종 야채와 과일, 화훼가 일년내내 생산돼 대부분 해외로 수출된다. [사진 제공 = 루카 로카텔리]
중요한 것은 네덜란드의 순환농업이 단지 선언적인 의미만 갖고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강 농무관은 "네덜란드 정부는 순환농업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세 가지로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며 "농민의 충분한 소득 증대와 식품에 대한 낭비 지양, 생태계 피해 예방과 복원이 바로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100년간 전세계적으로 인구는 늘어나고 식량은 부족해질 것이 뻔한 상황에서 네덜란드가 지금과 같은 농업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순환농업에서도 글로벌 리더가 돼야 한다는 절박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강 농무관은 네덜란드 정부가 순환농업을 기치로 내건 것은 기술적인 자신감이 배경이 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비료와 농약을 지금처럼 투입하지 않고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순환농업으로의 패러다임 변화의 시대에도 기술적 우위를 가져가겠다는 게 네덜란드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그런 면에서 강 농무관은 한국의 농업 정책을 바라보면서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그는 "네덜란드는 사회적 합의로 결정한 농업 정책을 100년간 밀어붙이는 반면 한국은 농정을 어디로 끌고가야 할지 방향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책에 대한 철학이 부재하다보니 리더십도 나오지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 농무관은 "순환농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시기를 맞이해 한국 정부도 이 분야에서 뒤쳐지지 않도록 미리미리 정책 방향을 세우고 기술 개발과 농민 교육 등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정혁훈 농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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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06, 2020 at 05:01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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